산에서 인연을 맺어 10년 넘게 형님으로 모시고 있는 허영만 화백과 함께 서산에 조문을 다녀왔다. 늦어도 자정 전에는 돌아오려 했는데 사람들이 모여 들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일찍 일어설 수가 없었다. 차를 몰아 서울에 도착하니 새벽 두 시가 가까웠다. 대중교통도 마땅찮고 숙소로 돌아가기도 그래서 화실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이미 몇 번을 다녀간 곳이지만 이렇게 밤 늦은 시각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허화백께서 일하시는 작업실은 여전했다. 많은 자료와 메모에 책상은 늘 복잡했고 그런 분위기에 파묻혀 수 많은 만화를 만들어 내셨다. 책상 뒤로는 어디서 구하셨는지 오래된 앰플리파이어가 세워져 있었고 젊은 시절에 찍은 사진도 놓여 있었다. 대가의 작업실치고는 꽤 소박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