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로 가려던 생각을 접고 보광사로 향했다. 단청이 벗겨져 고색창연한 보광사의 대웅보전이 보고 싶기도 했고, 얼마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극락왕생도 빌고 싶었다. 사실 이곳은 우리 어머니와 관련한 추억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했다. 매년 석가탄신일이 되면 어머니는 일산신도시의 우리 집으로 오시곤 했다. 우리 집은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부담없이 어느 절이나 데려다 달라고 하셨다. 기독교를 가지고 있는 자식이나 며느리에겐 부탁하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난 어머니를 모시고 이 보광사에 몇 번 온 적이 있다. 어머니는 우리 가족 이름을 적어 연등을 달아 주시곤 했다. 물론 돈은 대개 내가 내긴 했지만 말이다. 어머니를 그리며 대웅보전에 들어 절을 올렸다. 사람이 많지 않아 아무런 간섭도 없이 대웅보전에 홀로 앉아 있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