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인근에서 연어 회귀를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위버 크릭(Weaver Creek)을 다녀왔다. 인공적으로 만들긴 했지만 자연에 가깝게 만든 산란장이 여기에 있다. 3km 길이에 폭은 6m, 바닥은 자갈로 깔아 놓았다. 매년 10월에 연어가 올라오는데 올해는 10월 15일부터 25일 사이에 가장 많이 올라왔다고 한다. 위버 크릭으로 올라오는 모든 연어가 이 인공 산란장으로 들어오진 못한다. 연어의 종류와 암수를 식별해서 미리 정해진 숫자만큼 간택을 받는다. 사카이(Sockeye) 연어는 2만 마리, 첨(Chum) 연어와 핑크(Pink) 연어는 각각 2천 마리 정도만 받아준다고 한다. 나머지는 위버 크릭으로 올려 보내 거기서 알을 낳게 한다.
아다시피 연어는 대표적인 회귀성 어종이다. 산란기가 다가오면 본능적으로 자신이 태어난 고향의 냄새를 찾아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올라온다. 이 즈음엔 암수 모두가 붉은 혼인색을 띠며 먹이를 먹지 않고 산란기를 맞는다. 그래서 산란을 끝내면 암수 모두 기진맥진해서 죽음을 맞이한다. 인공 산란장 여기 저기에도 연어 주검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그 주변에는 연어 주검으로 배를 채우는 갈매기들이 자리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물속에 머리를 박고 연어 알을 찾는 갈매기도 있었다. 대자연의 이치에 따라 종족 번식의 성스런 임무를 완수하고 죽음을 맞은 연어 주검을 보니 공연히 마음이 심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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