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깍으러 코퀴틀람(Coquitlam)으로 나갔다. 시장 보러 가는 집사람에게 미용실에 내려 달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 했다. 버스 요금으로 정확히 2불 75센트를 미리 챙겨 놓기는 했다. 머리를 깍고 버스를 타러 터벅터벅 정류장으로 걸어가다가 갑자기 집까지 걸어가면 얼마나 걸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걷기엔 너무 먼 거린데’ 하는 생각도 들었고, ‘산에서도 그 정도는 늘 걷는데, 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내 튼튼한 두 다리를 믿어 보기로 했다. 거리에서 눈에 띄는 것을 카메라에 담으며 천천히, 여유롭게 걸었다.
처음엔 재미가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리가 슬슬 아파오기 시작했다. 산길을 걷는 것과 아스팔트나 보드블럭 위를 걷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 포트 코퀴틀람(Port Coquitlam)에서 버스 요금으로 준비한 동전으로 빵과 커피를 사서 배를 채웠다. 그리곤 공단지역을 통과하고, 피트 강을 따라 난 산책길도 걸었다. 피트 브리지를 건너 피트 메도우즈(Pitt Meadows)에 들어섰다. 새로 다리가 놓인 후로는 처음 다리를 건넌 것이다. 퇴근길 교통정체로 길게 늘어선 차들이 내뿜는 매연을 들이키며 로이드 하이웨이를 걸어 집에 도착했다. 날은 이미 어두워져 캄캄했다. 꼭 네 시간을 걸었으니 적어도 20km는 걸었던 모양이다. 발바닥이 몹시 아팠다. 뭣 모르고 걸었으니 가능했지, 다시 하라면 절대 못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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