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앞바다에 있는 소리도, 일명 연도를 찾았다. 섬에 도착해 어부로부터 생선을 구해 술안주로 회로 먹은 다음 초저녁에 마을 구경을 나섰다. 환하게 불을 밝힌 마을 공터에서 주민들 6~7명이 멸치를 삶아 말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었다. 하긴 요즘 세상에 이런 외딴 섬에 젊은이들이 남아 있을 리가 있겠는가. 펄펄 끓는 소금물에 멸치를 삶아선 땅바닥에 깔아 놓은 천 위에 고루 퍼트려 놓았다. 옆에서 궁금한 표정으로 이것저것 물어보는 내게 삶은 멸치를 몇 마리 주며 먹어보라 권한다. 아직도 시골 인심은 각박하지 않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