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까머리 시절에 늘 함께 어울려 다녔던 고등학교 친구들이 모처럼 서울에서 술 한 잔 하다가 내가 캐나다로 돌아가기 전에 대전으로 추억 여행을 가자는 의견이 나왔다. 예전에 같이 쏘다녔던 골목이나 우리의 추억이 어린 장소를 둘러보자고 해서 즉석에서 날짜까지 정했다. 이 날짜에 1박 2일 일정으로 여섯 명이 대전에서 뭉치게 되었다. 대전에 사는 친구가 주인 행세를 했고, 서울에서 세 명, 인천에서 한 명이 내려왔고 진주에서 한 명이 올라왔다. 예전에 우리가 아지트로 썼던 대전역 앞 뉴욕제과는 오래 전에 사라지고 없었다. 대전천을 복개해서 만든 홍명상가 역시 사라졌고, 대전극장 골목도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골목길을 누비며 이 집은 아직도 있네, 그 집은 사라지고 없네 등등 이야기가 많았다. 예전에 여기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가지고 서로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길거리에서 뽑기를 하는 곳이 있어 도전해 보았다. 설탕을 녹여 소다를 첨가한 후 납작하게 눌러 여러가지 모양으로 자르는 뽑기는 여전히 쉽지 않았다. 쉬엄쉬엄 걸어 학창 시절을 함께 보냈던 대흥동까지 걸어 갔다. 길거리에서 두 시간 정도 보냈지만 참으로 가슴 따뜻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