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 들렀다가 일부러 시간을 내서 돌산도에 있는 향일암을 찾았다. 예전에 사진 찍는다고 몇 번 찾았던 곳인데, 향일암에 올라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것도 나름 운치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예전에 느꼈던 감회가 별로 없었다. 다른 대형 사찰과 마찬가지로 연등을 달라, 기와 불사를 해라 등등 여기저기서 돈을 달라 하는 듯 했다. 너무 세속화된 것 같아 괜히 왔구나 싶었다. 오후 늦은 시각이라 사진 찍을 거리도 없었지만 그래도 다른 곳에 비해 인상적이었던 바위 틈새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그러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대웅전 앞 마당에서 이 나뭇가지를 보았다.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은 모습이 내 눈엔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것 같았다. 이것으로라도 향일암을 찾은 대가를 얻은 것 같아 발걸음이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