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연산군 묘를 지나칠 기회가 있었다. 우리 역사를 공부할 때 조선의 왕으로 있다가 폐위되어 군으로 강등된 두 명의 왕에 대해 배운 바가 있는데 그 중 한 명이라 일부러 안으로 들어갔다. 연산군은 조선왕조 제 10대 임금이었다. 성종의 장남으로 태어나 19세에 왕에 올랐다. 시와 붓글씨에 능한 젊은 왕이었지만 모후였던 폐비 윤씨의 문제로 두 번이나 사화를 일으켜 신하들이 들고 일어나는 계기를 제공했다. 결국 왕위가 박탈되어 군으로 강등되고 중종이 왕에 오르게 되었다. 강화도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중에 31살의 나이로 죽어 강화도에 안장되었다가 부인 신씨의 요청이 받아들여져 현재의 위치로 이장을 하였다 한다. 연산군의 제사를 모셨던 딸과 사위의 무덤도 그 아래 자리잡고 있었다.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듯 왕이란 신분에서 군으로 강등되고 외지에서 유배 생활을 하는 등 회한이 많았던 한 인간의 탄식이 들려오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