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에서 청계천 쪽으로 가다가 아마 장교동을 지나고 있었을 것이다. 갑자기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며 소방차가 달려 왔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시선을 따라가니 한화라 이름을 붙인 건물 꼭대기 부근에서 검은 연기가 나는 것이 아닌가. 고층부의 부분적인 화재가 분명해 보였지만 그래도 건물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들이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그저 무심한 듯 구경만 했고 소방관들의 움직임도 그리 바빠 보이지 않았다. 분명 큰 화재는 아니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불이 났는데 건물에서 사람들이 대피하지 않는 상황이 나에겐 좀 생소해 보였다. 이것도 우리나라 특유의 안전불감증이 아닐까 싶었다. 미국이나 캐나다라면 이런 규모의 화재라도 건물 안의 모든 사람들을 밖으로 대피시켰을텐데 말이다. 도대체 이런 차이는 왜 발생하는 것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