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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이 찾아오다

일터 따라 노바 스코샤로 (2010.3~)

by 아임보리올 2013. 7. 2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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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토 카운티의 블랙 포인트(Black Point)라는 곳에 임시 숙소를 구하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이상하게 잠을 이룰 수 없어 침대에서 내려와 어둠 속에서 팔장을 끼고 창문 밖을 내다 보고 있었다. 보름이 가까운 날이라 밖이 환히 빛나고 있었다. 갑자기 뭔가 움직이는 것 같아 유심히 쳐다 보았더니 아니사슴 네 마리가 집 앞까지 내려와 풀을 뜯고 있는 것이 아닌가. 누가 몰래 훔쳐 보고 있는 것을 들킬 것 같아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지켜 보기만 했다. 그런데 며칠을 지켜보니 이 녀석들이 아침저녁이면 수시로 민가로 내려와 풀을 뜯는 것이 아닌가. 출퇴근 길에 자주 마주치니까 첫날 느꼈던 신비감은 좀 떨어지긴 했지만그래도 속정은 계속 쌓여가는 기분이었다사슴들이 풀을 뜯던 곳에서 어느 날 여우 한 마리를 발견했는데그 이후로는 며칠 사슴들이 보이지 않아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한데 며칠 뒤에 건강한 모습으로 풀을 뜯는 것을 보고 내심 안도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 사는 마을까지 수시로 내려오는 이 녀석들사람들도 관심어린 눈길 한 번 주고는 그냥 휙 지나친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말이다. 이런 식으로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것이 아닐까야생 동물들이 사람을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왜 이리 부러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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