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6개월에 걸쳐 미국의 3대 장거리 트레일 가운데 하나인 피시티(Pacific Crest Trail; PCT)를 걸은 후배가 <4,300km>란 제목으로 책을 냈다. PCT는 작년 초에 상영된 와일드(Wild)란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졌다. 그 후배의 원래 닉네임이 ‘독한 양군’이었는데, 그 길고 긴 트레일을 완주해 낸 것을 보니 진짜 독한 친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몇몇 후배의 소개로 오래 전에 밴쿠버에서 그 친구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 인연으로 그 친구가 PCT를 걷는 도중에 삼겹살과 김치를 사들고 800km를 달려가 오레곤 주와 워싱턴 주가 만나는 케스케이드 록스(Cascade Locks)까지 응원을 간 적이 있었다. 그런 내용 또한 책에도 언급이 되어 혼자서 어깨를 으쓱하기도 했다. 새로운 백패킹 문화를 선도하는 제로그램(Zerogram)에서 책이 출판된 것을 계기로 그 친구의 PCT 종주 경험을 듣는 행사를 마련했다. 그 친구에 이어서 올 시즌 컨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Continental Divide Trail; CDT)에 도전하는 젊은이 두 명의 준비 상황도 들을 수 있었다. 이 CDT는 길이가 무려 5,000km에 이른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젊은이들을 만나서 그들의 열정과 도전을 접하니 잠시나마 내 영혼도 맑아진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