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판부면에 있는 동생 농가주택에 며칠 머물며 새로운 일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었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해질녘이면 자주 밖으로 산책을 나가곤 했다. 천천히 걸어 저수지를 한 바퀴 돌면 30분 정도가 소요되어 저녁 산책으론 거리도, 시간도 딱 맞았다. 비가 내릴 듯 구름이 잔뜩 낀 어느 날 우산도 없이 산책을 나섰다가 가는 빗줄기에 옷이 좀 젖었다. 그래도 차분하게 가라앉은 시골 풍경이 너무나 좋았다. 이런 것에 매료되는 것을 보면 난 역시 시골 체질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