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노환으로 돌아가셨다. 외국에 나와 있는 처지라 효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냥 보내드려야만 했다. 집사람이 나보다 일주일 전에 들어가 어머니 상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던 차에 병세가 악화돼 얼마 사시지 못할 것이란 연락을 받고 바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병원으로 달려가 처음 뵈었을 때는 비록 산소호흡기를 하고 계셨지만 내가 왔다는 소리에 눈을 살포시 뜨시더니 다시 눈을 감으셨다. 초점이 흐리긴 했지만 분명 멀리서 온 아들을 보고자 했음이 틀림없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마치 나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그 뒤로는 의식을 차리지 못하시더니 이틀 뒤에 돌아가셨다. 향년 92세. 남들은 크게 편찮으시지도 않았고 아흔이 넘도록 장수를 하셨으니 호상이라 위로했지만 그렇다고 어머니를 잃은 슬픔이 덜하진 않았다. 옆에서 아무 힘도 되지 못한 나같은 불효자가 무슨 할말이 있을까. 그저 속으로 ‘어머니, 용서하십시요!’를 되뇌일 뿐이었다. 이렇게 나도 고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