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물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한때는 눈이 계류를 덮어 우리 눈에서 사라지게 하지만 결국은 눈은 녹고 만다. 눈과 물은 경쟁 상대가 아니라 동일한 물체가 형태만 달리한 것일 뿐이다. 승자도 패자도 없으니 내 질문이 우문인 셈이다. 밴쿠버 산에는 겨우내 눈이 엄청 내린다. 눈이 쌓이고 녹고를 반복하며 적설량은 몇 미터 높이까지 올라간다. 온통 눈밖엔 보이지 않는 설국이 펼쳐진다. 그런데 그 깊은 눈 속을 신기하게도 작은 물줄기 하나가 길을 낸다. 사람 키보다 깊게 파인 골을 따라 시냇물이 유유히 흘러간다. 자연의 경이가 바로 이런 것 아닌가. 난 이런 광경에 늘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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