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정말 살기좋은 도시인가?

 

 

 

인구로 따진다면 밴쿠버는 토론토와 몬트리얼에 이어 캐나다 세 번째 도시에 속한다. 메트로 밴쿠버라 불리는 광역 밴쿠버(Greater Vancouver)가 인구 220만 명을 가지고 있다. 밴쿠버가 살기 좋다는 데는 의견이 좀 갈린다. 한국으로 치면 토론토가 서울이고 밴쿠버는 목포쯤 된다는 사람도 있었다. 밴쿠버는 사실 물가도 비싸고 취업도 쉽지가 않다. 목돈을 싸들고 오지 않는 이상, 생업에 종사해서 먹고 살기는 녹녹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그래도 많은 조사기관에선 밴쿠버를 캐나다, 나아가 전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정치, 경제적인 측면 외에도 문화, 의료, 교육, 주택, 기후 등 많은 분야를 종합해 비교한 결과를 보면, 요즘 들어 점점 순위가 떨어지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도시임은 확실하다.

 

행여 밴쿠버에 정착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은,  밴쿠버가 살기 좋은 데에는 의외로 온화한 날씨가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캐나다 동부나 매니토바, 알버타 등지로 이민을 갔던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을 이루면 따뜻한 곳을 찾아 밴쿠버로 이주를 하는 경향이 많다. 그 이야기는 역으로 밴쿠버에선 돈을 벌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한국에서 죽을 때까지 쓸 돈을 가져오는 경우는 예외지만 말이다. 난 앞뒤를 재고 밴쿠버에 살기로 작정한 것은 아니었다. 고국과 가깝다는 지정학적 위치도 심정적으로 어느 정도 작용을 했고, 겨울이면 영하 40도까지 내려간다는 내륙 지방의 추위에 지레 겁을 먹은 이유도 있었다. 남들에게 대놓고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내가 밴쿠버를 택한 이유에는 산과 바다, 그리고 강을 함께 아우르는 밴쿠버의 뛰어난 풍광이 솔직히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