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차를 몰고 밴쿠버에서 메이플 리지(Maple Ridge)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풍경 때문에 숨이 멎는줄 알았다. 운전하는 길 저 끝에 엄청 멋진 설산(雪山) 하나가 떡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거기서 멈추지 말고 내처 달려 오라고 유혹하는 것 같았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하면서 내심 흥분이 일기 시작했다. 눈대중으로 대충 보아선 불과 20~30km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 산 이름이 뭐지? 즉각 확인이 필요했다. 지인에게 전화를 넣어 물어본 결과, 그것이 국경 넘어 미국 워싱턴 주에 있는 베이커 산(Mt. Baker, 해발 3,285m)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늘에서 점지해 준 운명처럼 조만간 그 정상에 올라가 있는 자신을 그리게 되었다.
캐나다에 온 첫 해 여름에만 이 베이커 산을 대여섯 차례는 찾은 것 같다. 정상에 올라간 것은 물론 아니다. 산 아래 트레일을 걸으며 정상을 멀리서 올려다 본 것이 전부였지만, 베이커 산의 웅대한 자태는 여전히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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