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모국 방문 때, 모처럼 집안 시제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어릴 적 아버지 손에 이끌려 어딘지도 모르는 조상 묘소에 다녀본 적은 있지만, 성인이 된 이후론 한 번도 참가한 적이 없었다. 요즘엔 외국에 산다는 핑계로 그럴 기회가 더더욱 없다. 그런데 감투에 욕심이 없고 번거로움을 싫어하던 큰형님이 어느 날 덜컥 종중 회장이 되고 말았다. 그 때문에 고양시 원당에 있는 조상 묘소에서 지낸 시제에 불려 나간 것이다. 시제에 대해서나, 나아가 그 의미나 절차도 아는 것이 없어서 진짜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였다. 제물이 올려져 있는 상석을 향해 다른 사람들이 절을 하면 그대로 따라 했다. 제주가 강신(降神)을 하고 초헌(初獻), 아헌(亞獻), 종헌(終獻) 등 차례로 술을 올린 다음에 축문을 불사르는 것으로 의식은 끝이 났다.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어딘가 이런 유교 전통이 어색한 것은 사실이다. 그나저나 앞으로 형님이 고생길이 훤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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