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도착해 며칠만에 이사를 하게 되었다. 메이플 리지(Maple Ridge)라는 곳에 새로 신축한 2층 집을 산 것이다. 새로 지은 집 특유의 냄새에 공간이 넓직해서 좋았다. 1층은 우리 입맛에 맞게 꾸미라고 마무리를 하지 않은 채 빈 공간으로 제공됐고, 뒤뜰도 엉망으로 방치되어 있었다. 그것이 여기 방식이라는 주택업자의 이야기에 한 마디도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한 마디로 어리버리했다고나 할까.
이삿짐은 한국계 회사에 부탁해 옮겼다. 아무래도 말이 통하니 편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일하는 폼이 영 어설퍼 보였다. 고국에서처럼 전문가다운 숙달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막 페인트를 칠한 벽면을 가구 모퉁이로 찍어 상처도 만들어 놓았다. 속상한 기분에 입이 나와 잔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삿짐이 모두 들어오고 나서야 인부 중 한 명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무슨 고등학교 몇 회 아니냐고. 그는 소위 지방 명문고라 불렸던 고등학교 동기였다. 한때 잘 나가던 친구라 들었는데 어찌 여기서 이렇게 만난단 말이냐. 얼굴을 알아 보지 못한 미안함에 이민 생활의 고단함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그 친구 마음까지 헤아리니 나 또한 심란하기 짝이 없었다.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내 앞날을 보는 것 같았다.
피트 호수 (0) | 2012.10.17 |
---|---|
베이커야, 기다려라! (0) | 2012.10.16 |
첫 손님 (0) | 2012.10.15 |
임시 거처 (0) | 2012.10.13 |
뭐 하러 캐나다엔 간다냐? (0) | 2012.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