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중학교를 다닐 때 비록 촌구석이었지만 ‘청운’이란 축구 클럽팀에 소속이 되어 2년 정도를 여기저기 원정을 다니며 돈내기 시합을 했던 적이 있다. 우리 팀의 주축은 1년 위의 선배들이었는데 몇 명은 아주 재주가 있었다. 내가 보기엔 나는 축구에 재능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 후론 학교 체육시간이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끔 선수로 나갔던 기억은 있다. 근데 나보다 한 술, 아니 한 술이 아니라 두세 술은 더 뜨는 친구가 바로 내가 낳은 아들이었다. 이 녀석은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나 야구를 하겠다고 졸라 집사람과 나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난 운동보다는 공부가 훨씬 더 쉬운 길이라 열심히 말렸다. 하지만 아들은 공부보다는 축구에 푹 빠져 있었다. 중학교 다닐 때부터 학교 축구팀을 만들어 트레이너까지 맡아 팀을 훈련시키곤 다른 학교와 돈내기 시합을 반복하더니 그 버릇이 고양외고로 진학해서도 계속 이어졌다. 오죽하면 캐나다 와서도 어딜 가나 팀을 만들어 훈련을 시키고 대회에 나가더니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녀석의 10대, 20대엔 공부보다는 축구를 훨씬 더 열심히 하며 살았다. 지금도 열심히 축구를 하며 산다. 이 정도로 축구에 빠져살 줄 알았더라면 독일에서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체계적으로 축구를 가르쳤더라면 손흥민의 반쯤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요즘에서야 녀석이 원하던 길로 가게 하는 것인데 하는 후회도 들긴 한다. 인생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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