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다운타운에서 바다가 내륙으로 깊게 파고 들어온 폴스 크릭(False Creek)을 건너는 다리가 모두 세 개 있는데, 그랜빌 브리지(Granville Bridge)는 그 중간에 자리잡고 있다. 그랜빌 스트리트를 따라 8차선으로 놓인 다리로 그랜빌 아일랜드 위를 지난다. 이 다리는 길이 1,171m로 1954년에 완공, 오픈하였다. 사실 이 위치에 처음 다리가 놓인 것은 1889년의 일이었고, 그 후 1909년에 두 번째 다리가 놓인 적이 있으나,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인 1915년 방화로 소실되었다. 그 당시 독일의 사주를 받아 불을 지른 혐의로 독일계 이민자 4명이 체포되었다고 한다. 두 발로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그랜빌 브리지를 건너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나, 여태 이 다리를 내가 작접 걸어서 건넌다는 생각은 못 했다. 다운타운에 일이 있어 나갔던 어느 날에 특별히 마음을 먹고 걸어서 건너기로 했다. 다리에서 느끼는 고도감이 상당했다. 북서쪽엔 버라드 브리지(Burrard Bridge)가 자리잡고 있고, 폴스 크릭엔 물방개처럼 생긴 소형 페리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랜빌 아일랜드에 빼곡히 들어선 건물들, 퍼블릭 마켓, 수많은 요트가 휴식 중인 요트 계류장도 한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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