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살다 보면 머리 깎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 밴쿠버나 토론토만 해도 교민이 많아 한인 미용사를 찾는 일에 별 어려움이 없지만 노바 스코샤는 상황이 달랐다. 핼리팩스(Halifax)에 한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이 두 갠가 있었는데, 미팅이 있어 핼리팩스 나가는 길에 머리를 깎으려 하면 사전 예약을 하지 않았다고 홀대를 받는 일이 흔했다. 해서 솜씨는 좀 떨어지더라도 내가 살던 뉴글라스고(New Glasgow)에 있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이발소를 하나 추천받아 거기를 다니기 시작했다. 내 머리칼 같은 직모를 잘 다루진 못 하지만,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이발사가 한올 한올 정성껏 깍아줘 기분이 좋았다. 그 이후론 머리 때문에 핼리팩스로 나가는 일은 없어졌고, 내 머리를 전담하는 할아버지 이발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정도 쌓았다. 할로윈이 다가오는 어느 10월에 이발소를 찾았다가 이발사 몇 분이 모두 할로윈 복장을 하고 실내도 온통 할로윈 장식으로 치장해 재밌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가. 노란 상의를 입은 내 전담 이발사와 두 달 있으면 만 80세가 된다는 흰 옷의 동료 이발사가 입은 할로윈 복장은 나에겐 즐거움 그 자체였다. 덕분에 평생 잊지 못할 할로윈이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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