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 아치 주립공원을 찾아가는 길에 무척이나 황당한 일을 겪었다.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해야 한다고 봤는데 갑자기 표지판이 나타나 400m 앞에서 빠져나가란 것이 아닌가. 그래서 직진을 했더니 바로 미국 국경이 나온 것이다. 국경선을 넘어 미국 땅으로 들어가 입국 심사관 앞으로 가는 외길로 달리다가 마침 유턴하는 곳이 있어 돌아섰더니 이번엔 캐나다 국경이다. 유턴해서 캐나다 입국 심사관을 만나기까지 한 시간이 걸렸고, 길을 잘못 들어 이리로 왔다는 이야기에 입국 심사관은 의심의 눈초리로 본다. 여권도 없이 운전면허증만 내밀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뭘 샀느냐, 무기는 있느냐, 돈은 얼마 있느냐는 등 말도 안되는 질문이 이어지고 난 계속해 “No”만 연발했다. 정밀 검사로 보내지고 사무실로 들어가 다시 심사를 받았다. 여기서 누굴 만나기로 했느냐는 유도 심문도 이어졌다. 다시 한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 차에서 아무 것도 나오지 않으니 그냥 보내주긴 했다. 바보같은 짓을 한 자신이 왜 그리 한심하던지 속으로 화가 났다. 길눈이 밝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에게 어찌 이런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국경을 지나다니다 언제 이곳에 와서 사진이나 좀 찍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잘못이었다.
캐나다로 돌아와 차를 돌려 다시 피스 아치 공원으로 향했다. 허무하게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 교통 표지판도 다시 자세히 보았다. 400m 더 가서 우회전하라는 의미인지, 아니면 여기서 우회전해서 400m를 더 가란 말인지 확실하진 않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피스 아치까지 걸어갔다. 우여곡절을 겪고 피스 아치 앞에 섰더니 감회가 묘했다. 피스 아치는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세워진 조형물을 일컫는다. 1921년에 여기에 개선문의 축소판같은 하얀 모뉴먼트가 헌정된 것이다. 여기는 국경 표식이 있긴 하지만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며 피스 아치를 구경할 수가 있었다. 이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자주 드나들었지만 이렇게 바로 옆에서 돌아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 공원도 1930년대 대공황기에 국경 양쪽의 힉생들이 모금 운동을 벌여 공원 부지를 매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과 캐나다에겐 꽤나 의미있는 장소였다. 나에게도 하루에 미국을 두 번이나 다녀온 의미있는 날이었다. 그것도 여권도 없이, 차로 한 번, 걸어서 한 번 다녀왔으니 내 인생에 참으로 희한한 경험을 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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