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로 이민을 가겠다 이야기를 했을 때,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특히 우리 노모에게서. 뭐 하러 그 멀리까지 가냐고. 누군들 이런 결정을 쉽게 내리겠는가. 태어나서 자란, 그래서 모든 것이 익숙한 고국을 떠나 삶의 터전을 외국으로 옮긴다는 결정을 말이다. 말 설고 물 설은 곳으로 들어서면서 스스로 자충수를 두는 것은 아닐까 내심 불안하기도 했다. 이민을 결행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꼈을 불안감을 나도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어느 날 여동생이 집사람에게 캐나다로 함께 이민을 가자고 이야기를 던져 놓곤 우리만 덜컥 서류심사를 통과하게 되었다. 그 때는 동생네도 곧 합류할 줄 알았다. 아이들 세 명을 입시 지옥에서 키우는 것도 탐탁치 않았고, 아이들이 커 갈수록 사교육비 지출에 대한 걱정도 점점 커졌다. 거기에 정치권에 대한 염증, 회사 내에서 부하 직원의 대형사고로 하루 아침에 입지가 흔들린 것도 캐나다로 가겠단 마음에 나름 일정 역할을 했다.
인연의 끈이 닿은 곳은 밴쿠버였다. 고국이 가깝고 날씨도 푹해 살기가 좋다는 이유로 별다른 연고도 없이 밴쿠버를 정착지로 택했다. 광역 밴쿠버(Greater Vancouver) 동쪽 끝에 위치한 메이플 리지(Maple Ridge)에 둥지를 틀었다. 밴쿠버 시내보다는 아무래도 집값이 쌌다. 아파트 매각대금과 퇴직금으로 집도 샀고, 나머지 돈으로 몇 년을 버텨야만 한다. 기회의 땅이란 곳에서 무엇을 해서 먹고 살 것인가 하는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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